
11월의 이야기, 나아가다
11월의 동사는 '나아가다'입니다.
처음에는 '이겨 나가다'라고 할까 생각했습니다.
'이기다'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 동사이지만,
'이겨 나가다'는 주어의 의지가 더 중요한 동사라서 괜찮을 것도 같았어요.
같은 결로 '헤쳐 나가다'도 생각해 보았습니다.
어려움을, 슬픔을, 앞날을 헤쳐 나가는 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요.
하지만 두 동사 모두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래서, 그저 '나아가다'라는 동사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.
나아가다.
이 간명한 동사에
의지, 의연함, 결기, 삶에 대한 사랑이 고요히 다 들어 있습니다.
(상처나 병이 회복되는 '나아가다'와 동음이의어인 것도 좋고요.)
'요즘 어때요?'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, 이렇게 가만히 대답하는 상상을 해봅니다.
'나아가고 있어요.'
2019년 11월,
『책방오늘』에서.

